[히든 트랙 MEMORY] PART [고쿠Luck]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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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ox Live Hidden Track “memory”
PART [고쿠Luck] ③
“정신차렸어?”
어느 날, 유토가 눈을 뜨자 그곳에는 시온의 얼굴이 있었다. 하얀 피부가 살짝 물기가 어려 있었고, 도자기를 적신 듯한 윤기가 감돌았다.
“너무 의욕이 넘쳤나 보네. 기절할 정도라니.”
“……어, 앗, 거짓말? 저, 설마……”
“후……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좀 더 누워 있는건 어때? 머리 부딪쳤을지도 모르잖아.”
“머리, 라니……”
시온의 얼굴 너머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유토는 상황을 떠올렸다.
그날의 작업은 교도소 시설을 자발적 청소── 장소는 수감자용 목욕탕이었다. 목욕탕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유토는 약간 안색이 좋지 않았다.
평소, 자신의 방에서 샤워를 하는 정도라면 괜찮았다. 하지만 타일로 마감된 목욕탕과, 무기질적인 조명, 커다랗고 깊은 욕조를 눈에 담은 순간, 어쩔 수 없이 기억이 자극되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청소를 위해 물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울려 퍼지는 물소리에 심한 이명이 찾아왔다. 어지러움을 느낀 순간, 유토의 기억은 끊겨 있었다.
“팔자 좋네, 사람에게 일 시키고 잠들어 버린 거냐.”
켄타의 비아냥거림이 날아든다. 유토는 눈썹을 팔(八)자 모양으로 내리며, 어떻게든 몸을 일으켰다.
“면목이 없네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몸 관리도 못하는 거냐, 멍청이 간수. 네가 죽었으면 우리가 의심받는데.”
“아뇨, 정말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감독도 제대로 할 수 없으면서, 작업을 계속할 수도 없겠네요. 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중지한 것으로 보고할테니……”
“좋아, 이누카이가 운이 안 좋아서 운이 좋았네. 가자, 가자.”
켄타가 따분하다는 듯 목욕탕을 나간다. 유토는 속으로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려 주기는 했구나’라고 생각한다.
조금 뒤, 시온이 료가와 눈을 맞추고서 켄타의 뒤를 쫓는다. 말은 없더라도, 무언가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던 것 같았다. 넓은 목욕탕이 쌩, 하고 고요해진다. 앉아 있는 유토 외에 남은 것은 료가뿐이었다.
“토사 군?”
고개를 기울이는 유토를 내려다보며, 료가가 입을 열었다.
“……트라우마, 잖아.”
유토의 어깨가, 움찔 하고 굳는다.
“그냥 빈혈 같은 게 아니야. 그건… 오래된 상처가 찔린 녀석의 얼굴이다.”
“……꿰뚫어 보고 계셨군요.”
유토는 눈썹을 내린 채, 멋쩍게 웃는다. 료가의 시선은 똑바로 유토에게 쏟아진다.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도, 의미가 없지 않을까 하고 유토는 생각했다.
하지만 료가가 자발적으로 남은 것은 자신과 마주해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료가가, 그럼에도 스스로 말을 걸어 줬다고 생각하면, 침묵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띄엄띄엄, 유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좀 어려워요, 욕실이.”
“……사고인가.”
“아뇨, 그…… 꾸중을 듣는 곳이 언제나 욕실이었거든요.”
“……부모인가?”
“부모님은 일찍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료가의 눈이 크게 뜨인다. 유토는 ‘괜찮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숙부 부부에게 거두어졌는데,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직접적인 표현은, 어물쩍 돌려 말했다. 그럼에도, 얼굴을 찌푸리는 료가에게는 전달된 모양이었다.
리듬에 맞춰 운을 맞추고, 가사를 엮으려면, 말에 깊이 친숙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료가는 말하는 것이 서툴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도, 말을 끌어내는 것도, 유토가 보기에는 능숙하게 보였다. 그러고보니── 랩의 어원에는 ‘말하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정신 차리고 보면 유토는 띄엄띄엄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낼 곳이 없었어요. 나약한 자신도 싫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외로 건너갔어요. 용병이 된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은 분쟁 국가라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어요.”
“……그래.”
“하지만, 그다지 잘 해내지는 못했어요. 동료들과는 친해지지 못했고요.”
유토의 용병 시절 기억에는 부자연스러운 공백이 있다. 지금이라면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그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귀국해서, 경찰관이 되었습니다. 거기서는 좋은 파트너도 만났고…… 그렇지만, 결국 잘 안 됐어요. 사소한 계기로 난폭해지는 사람에게, 경찰관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어떻게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말을 엮어가며, 유토는 스스로도 조금 놀라고 있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생각과 기억을 언어로 표현하고, 소리 내어 말하자, 흐릿했던 감정이 처음으로 윤곽을 갖게 되었다. 유토는, 그 순간 그것을 실감했다.
“그러니까 결국, 누군가를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겠죠. 제가 가장 원하던 것이었으니까. 그런 존재가 있다면,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은 것 뿐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존재가 있다면, 말인가.”
료가의 안에서. 무언가 납득이 된 듯했다.
이제 제법 풀린 입으로, 유토는 질문에 돌려주기로 했다.
“토사 군. 저도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토사 군과 모두는, 어째서 랩을 하는 건가요?”
처음 하는 질문은 아니다. 하지만 답은 아직 받지 못했다. 유토는 말을 이어갔다.
“토사 군에게, 랩이란 무엇인가요?”
침묵이 가득찼다.
하지만 그것은, 답을 망설이는 시간이 아니었다. 정해져 있는 답을, 료가는 소중히 목구멍 깊은 곳에서 데우고, 막힘없이 목소리로 만들었다.
“첫 울음이다.”
“……첫 울음, 인가요?”
“……갓난아기가 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 첫 울음소리다. 터뜨리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어……”
그것은, 유토 입장에서는 비약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웃을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료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아마, 실수해 왔어. 적어도, 뭔가…… 살아가는 방식이나 태어나는 방식을 말이야. 그러니 이런 곳에 있는 거겠지. 햇빛이 드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을 테지만……”
막혀버릴 듯한 말을 토해 내듯, 료가는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여기서 살아 있다고, 소리치고 있는 거야. ……그게, 우리의 랩이다.”
오히려 유토가, 말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료가가 말하는 그것은, 유토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선명했다.
그리고── 근본적인, 생명의 충동이었다.
랩으로 말하자면 ‘먹혀버린’ 것처럼 굳어버린 유토를 보고, 료가는 더욱 말을 이어갔다.
“이번엔 이쪽이 물을 차례다. ……대답해라.”
“…어. 어라, 제가 먼저 토사 군의 질문에 답한 것 같은데요.”
“한 번씩 주고 받자고는, 말 안 했는데.”
료가가 몸을 굽혀, 유토를 노려보듯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네녀석, 뭘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뭐라니……”
“……특별 형무 작업이라는 거, 요즘 너무 자주 하잖아. 네 목욕탕 트라우마를 빼더라도, 넌 누가 봐도 지쳐 있었어.”
“그, 그렇게 얼굴에 드러났나요?”
“얕보지 마. 점수 따겠다고 일을 몰아붙일 타입은 아니잖아. 뱉어라. 뭘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유토는 잠시 머뭇거렸다. 결국, 자백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료가 일행에게 랩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여러분에게는 음악을 통한 수감자 갱생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모범수로 인정받을 만한 실적이 있다면…… Paradox Live에 엔트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료가가 굳어졌다. 그 대신──.
“후훗, 뭔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그런 얘기일 줄이야.”
“어이! 빈 말은 아니겠지!”
시온과 켄타가 탈의실 쪽에서 시끄럽게 걸어왔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유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라. 두 분 다 먼저 돌아가신 줄로……”
“죄수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어버리는 간수라니, 좀 어떨까 싶은데.”
장난스럽게 웃는 시온과는 정반대로, 켄타는 흥분을 숨기지 못했다.
“네놈, 그런 사정이 있으면 빨랑 말하라고, 망할 간수!”
“아, 아뇨. 솔직히 실현 가능 여부는 확답할 수 없으니…… 불확실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서요.”
“진짜 저능하네! 그걸 모르는 거랑 알고 있는 거랑은 효율이 다를 게 뻔하잖아!”
켄타와 시온이 브러시를 들고 욕조 쪽으로 걸어간다. 료가도 목을 울리며 뒤를 따르다, 유토에게 말을 건넸다.
“앉아 있어. 넌 아직 멀쩡한 컨디션이 아니잖아. 쓰러지면 작업이 멈춰버리니까.”
“자, 자발적으로 작업해 주시는 건가요?”
켄타가 팔을 걷어 올리며 마지못해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Paradox Live에 나갈 확률이 제일 높잖아. 그러니까 진작 말하라고 했지.”
멍하니, 유토는 두 사람이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등을 두드리며, 시온이 몰래 귀에 속삭였다.
“프리즌 랩으로 싸운 뒤에 이누카이와 얘기하고 싶어 했던 건 료가였지만…… 요즘 모습을 보고 뭔가 있다고 신경 쓰던 건 시바켄이야.”
“그, 그런가요?”
“그래. ……그리고, Paradox Live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듣고 싶었던 거.”
“네?”
유토의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시온도 나른하게 작업에 합류했다.
그 이후로는 세 사람이 협력하게 되면서, 형무 작업의 평가 점수가 눈에 띄게 쌓여갔다. 게다가 생활 태도 개선과, 자발적인 봉사활동 참여. 불평이 섞여 있었지만, 세 사람은 모범적이라고 부를 만한 행동을 거듭해 갔다.
그럼에도 서류의 정비, 수감자의 신용 제시, 보호관찰 환경에 대한 검토…… Paradox Live 참가를 목표로 하기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다. 바늘에 실을 꿰는 듯한 엄격한 조건 위에서 성립하는 갱생 프로그램은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었다. 한 명의 간수가 짊어지기엔, 확실히 가혹한 목표였다.
잠을 자지 않고 자료를 모으는 밤도 있었다.
셀 수 없을 만큼 고개를 숙였다.
그 고생들 중 어느 하나도 유토를 멈출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을 생각하며, 유토는 계속해서 힘을 쏟았다.
한결같았다. 그렇기에, 일어서려는 죄인에게 향하는 시선이 어떤 것일지, 그때의 유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Always Defy the Dogma
“여기가. 진짜 HIPHOP 클럽이라는 곳인가요!”
그곳은 유토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개방된 인상의 건물이었다.
“……우리 여기서 하는 거야? 오늘 밤에.”
성취감을 느끼는 유토와는 달리, 켄타의 목소리는 드물게 약하게 들렸다.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마침내 Paradox Live── Road to Legend의 예선 장소가 된 클럽 중 한 곳에, 유토는 세 사람을 데리고 찾아왔다.
웃음이 나올 정도로, 눈부신 장소였다. 건물의 골조 자체가 새것이었고, 눈부신 LED 빛이 깔끔하게 닦인 바닥에 반사되고 있었다. 방문하는 손님들은 캐주얼했지만, 스타일이 뛰어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넓은 홀을 가득 메울 정도로 찾아오고 있었다.
눈이 아플 정도로 강한 조명과, 빌딩인지 탑인지 헷갈릴 만한 스피커.
프리즌 랩의 밤에 대한 기억이, 이 눈부시게 화려한 극채색의 무대 앞에서는 빛바래 보였다. 족쇄가 필요 없는 세계의 풍요로움이, 잔혹할 정도로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갱생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을 전제로 한 엔트리라서, 어느 예선 장소에 신청할지는 교정국이 선정했다고 합니다. 덕분인지, 무척 훌륭한 클럽을 골라주신 것 같아요! 여러분의 뜻깊은 무대이니, 힘껏 힘내 주세요!”
백스테이지조차도 세련된 라운지처럼 잘 정돈되어 있다. 유토의 말에, 소파에 털썩 앉아있던 료가가 대답한다.
“……확실히 훌륭하긴 하네.”
그 맞장구가, 묘하게 모호하게 들렸다. 유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문제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 대신 시온이 대답한다. 등 뒤의 벽, 그 너머를 꿰뚫어 보는 것처럼, 무대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관객층이 별로일지도 모르겠네. 이 공연장도 그렇지만, 좀 거들먹거리는 느낌이려나.”
“보통 클럽이라면 좀 더 언더그라운드 계열이지…… 게다가, 저거.”
켄타가 말을 하며 턱짓으로 무대로 가는 통로를 가리켰다.
그 몸짓을 따라 유토가 시선을 돌리자, 이쪽을 차갑게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이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상대는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대화가 들리지 않도록, 유토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저 사람들은……”
“HIPHOP팀 ‘Northern Ballad’. 우리가 무대에 오르는 건 저 녀석들의 다음…… 이미 미디어 노출도 많은 녀석들이야. 저 녀석들의 헷즈는 알아보기 쉬워. 공연장에도 꽤 많이 보였고. 애초에 이 공연장에 투자한 프로덕션에 들어가 있잖아, 저 녀석들.”
“녀석들의 홈에서…… 우리가 원정이라는 건가.”
켄타의 설명을 료가가 한 마디로 요약했다. 그대로 질문을 이어 갔다.
“……실력은 있냐.”
“일단 프로잖아. 아니, 그보다 오늘 참가하는 팀 중에서는 적수가 될 것 같은 건 저 녀석들 정도야. 애초에 짜고 치는 레이스 같긴 한데…… 그만큼, 저쪽도 우리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고.”
시온이 씩 웃었다.
“갱생 프로그램으로 우리를 급히 끼워 넣은 모양이네. 녀석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이레귤러라는 거지.”
막연하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유토도 이해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불안한 표정을 짓는 유토에게, 시온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감시역할인 이누카이가 초조해해 봤자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우리 같은 놈들에겐, 전 세계가 원정 경기니까.”
켄타가 씩 웃는다.
“그러게. 어차피, 저 녀석들의 스킬이 형편없다면……”
“먹어 치우고 난장판을 만들 뿐이야.”
료가가 손바닥에 주먹을 부딪혀 보였다.
그리고, 그 Northern Ballad가 무대로 향하자, 지금까지보다 유난히 큰 환호성이 들려왔다. 머지않아 곧, 료가 일행의 차례가 찾아왔다.
“팀 명, 어떻게 하기로 했더라?”
시온이 묻고, 켄타가 대답한다.
“멍청이 간수의 센스가 망해서 료가 쨩한테 맡겼어.”
“어, 별로였나요? ‘세 명의 사무라이’.”
“별로인 게 당연하잖아. 뇌속에 있는 사전은 대체 몇 버전이냐.”
“그래서, 결국 료가는 무슨 이름으로 지었는데?”
“……우리 같은 건, 운에 기댈 수 없으니까.”
무대로 향하는 통로를 걸어간다. 그 이름은 드높이, 스피커의 굉음 속에서 선언된다.
“next…… 감옥에서 온 광견들의 등장! ──팀 ‘고쿠Luck’!”
MC의 목소리와 모니터에 표시되는 문자열을 보고 시온이 웃는다.
“좋네, 운 따위 없어 보이고.”
Always Defy the Dogma
위화감은 명백했다.
고쿠Luck의 멤버들이 무대에 올랐을 때, 이미 퇴장했어야 할 전 팀…… Northern Ballad의 모습이 아직 그곳에 있었다.
Northern Ballad의 리더는, 마이크를 쥔 채였다. 켄타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갔다.
“저기, 마이크. 다 썼으면──”
“여러분!”
켄타의 목소리는 좋은 음향을 타고 나오는 Northern Ballad의 목소리에 묻혔다.
“오늘 밤의 이벤트가, 새로운 환영 라이브 씬의 전설을 결정짓는 Paradox Live…… Road to Legend의 예선이라는 건 알고 있겠지!”
관객석에서 동의의 콜 & 리스폰스가 터졌다.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인 것은 Northern Ballad와 같은 컬러의 패션을 입은 헷즈들이었다.
“전 세계를 열광에 빠뜨리고 있는 환영 라이브. 그 정점에 서는 자는, 이 시대의 음악 씬을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존재가 된다. 우리 래퍼들만이 아니야. 헷즈 여러분들에게도 부끄러운 점 없는 톱이 필요하지 않겠어?!”
잠시 뜸을 들이고, 공연장 전체에 시선을 돌렸다. 그는 무대에서 호흡을 장악하는 데 능숙한 듯했다.
“하지만! 지금 이 무대에, 그 영예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 올라와 있어! 분명 HIPHOP에는 무법적(outlaw)인 면도 있지! 하지만, 저들 고쿠Luck은 진짜 범죄자다! 죗값을 치른 전과자가 아니야! 지금도 복역 중인, 흉악범들이야!”
공연장 전체에 떠들썩한 소리가 퍼졌다.
그런 식인 거냐──하고, 고쿠Luck의 면면들은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꽤나 자세하다. 참가 팀의 배경은, 프로덕션의 힘으로 조사해두었을 것이다.
“모두들! 환영 라이브의 새로운 전설을 결정하는 싸움에, 이런 녀석들이 있어도 되는 거야? HIPHOP에 그런 문화가 있다고 해도, 진짜 죄인을 무대 위에 올려도 괜찮은 거야? 그 점을 가슴에 새기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
그렇게 Northern Ballad의 리더는 마이크를 무대 바닥에 굴려 버렸다. 켄타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다. 즐거워 보이는 미소는 아니었다.
“아- 그렇구나.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네, 이 녀석들. 저능한 놈들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이길 방법을 생각해 왔어. 촌스러. 지능이 썩어있잖아.”
“체면 따위 신경 안 쓰는 것도, 이 정도까지 나오면 웃기네…… 읏.”
마이크를 주우려던 시온의 머리에, 단단한 것이 맞았다. 내용물이 남은 페트병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관객석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포물선의 출처에는, Northern Ballad의 헷즈의 모습이 있었다.
“돌아가!”
야유는 순식간에 폭풍처럼 변했다.
빈 캔, 말아 놓은 전단지, 뭐든지 날아왔다. 스마트폰을 던지는 관객까지 있었다. 욕설의 어휘는 빈약했다. 하지만 그만큼, 명확한 적의가 있었다.
“돌아가!” “돌아가!” “범죄자!” “죄를 갚고 나와!” “교도소 안으로 돌아가!”
고성이 울려 퍼진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MC는 폭동을 진압하려 했지만, 불이 붙은 야유는 멈추지 않았다.
“……이, 이 녀석들.”
료가가 잇몸을 드러내고,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속도를 올려 관객석으로 뛰어들려던 그때, 무거운 무언가에 부딪혔다. 료가를 막으려 뛰쳐나온 유토의 몸이 무대 위를 굴렀다.
“토사 군, 참아 주세요! 여기서 난동을 부리면, 전부 물거품이 됩니다!”
“뭐?!”
“하지만 말이야, 이누카이…… 이건……”
관객들이 던지는 물건을 맞으며, 시온이 신음했다. 딱딱한 것에 맞은 모양인지, 관자놀이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시선을 옮기자, 상의로 머리를 가린 켄타의 모습이 보였다.
세 사람 모두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차 없는 배척에 대한 두려움과 비애가, 분노가 되어 폭발하기 직전의 색이 눈동자에 깃들어 있었다.
유토는 고쿠Luck의 세 사람을 붙잡아 두듯이 하면서,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객석을 향했다. 그리고 벽이 되는 것처럼 양팔을 활짝 벌렸다.
“여, 여러분! 들어 주세요, 그들은,”
날아온 신발 밑창이 유토의 얼굴을 때렸다.
“그들은, 분명 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마주하고, 속죄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곳에 왔어요……!”
주스 캔이 유토의 머리에 맞았다. 내용물이 쏟아져 제복을 적셨다. 유토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랩을 하러 온 것뿐입니다! 뭐가 잘못됐다는 건가요! 음악은, 음악은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잖아요! 이런 폭력과는, 다른…… 그들은 진지하게 노력해서…… 규칙에 따라, 이곳에 오는 것을…… 허락받은……”
그럼에도 끝없이 쏟아지는 적의가 유토의 말을 가로막았다.
물건을 던지는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무심한 말이 유토를 때렸다. 유토는 고쿠Luck을 지키려 했지만, 그 행동이 불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폭동은 점점 격화되고 있었다. 관객석의 사람들은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반 시민으로, 햇빛 아래에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지금,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거부라는 하나의 커다란 ‘정의’ 안에서, 자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부탁입니다…… 이야기를……!”
그런 유토의 등을 바라보며, 고쿠Luck의 세 사람은 이를 갈 뿐이었다.
등 뒤에서 비웃음이 들려왔다. Northern Ballad의 시선이 있었다. 그들은 스태프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을 무대에서 내리는 게 좋겠어”하는 대화가 들렸다. 주먹을 들어올린 료가를 이번엔 시온이 막았다.
“료가. 그건, 이번에야말로 헛수고가 될 테니까.”
“……읏!”
긴장하면 말이 막혀버린다. 료가는 엄청난 헤이트의 폭풍에 맞설 수 없었다. 랩을 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답답함이 점점 쌓였다. 꽉 쥔 주먹 안에서, 손톱이 료가 자신의 손바닥을 상처 입혔다. 그렇게 스며든 피까지 꽉 움켜쥐고, 료가는 뒤를 돌아 그 등을 향해 외쳤다.
“뭐 하는 거야, 이누카이!”
“……읏, 토사 군……?”
“언제까지 잠든 채로 있을 거야! 지금, ‘네녀석’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자는 건데?!”
날아오는 물건으로부터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시온이 말을 이었다.
“……그렇네. 지금 이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은 없어. 지금만이 아니야. 인생이란 건 언제나 그래. ……하지만 이누카이는 바보처럼 정직하게 앞장서서, 머리만 숙이고 있잖아. 그런 이누카이를 내버려 둘 수 없어서…… 분명, 지탱해주려고 태어났잖아, ‘당신’은.”
모르겠다. 통증으로 유토의 의식이 희어진다.
적의의 빗속에서, 켄타가 소리친다.
“들어! 그 바보가 바보처럼 우리를 구하려고 하니까! ‘너’밖에는 그 바보를 구할 수 없다고! 계속 이누카이의 곁에 있던 ‘너’가 제일 잘 알잖아!”
모르겠다. 모두가 누구를 부르고 있는 걸까.
조명의 빛이 흐릿해지고, 욕설에 귀가 저리기 시작한다. 날아온 물건에 맞아 저린 고막이 소음을 노이즈로 바꾸어 간다.
극도의 긴장과 피로로 숨이 막힌다. 숨쉬는 것이 괴로워진다. 의식이 흐릿해진다. 깊고 깊은 의식의 물밑에서, 내밀어지는 손이 보인다.
그 손은 료가의 늠름한 팔인가. 시온의 하얀 팔인가. 켄타의 유연한 팔인가.
그 누구도 아닌 누군가의 팔이, 유토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의식이 가라앉는다. 대신에, 기어 올라가는 감각이 있었다. 수면에 떠오를수록, 탁했던 소리가 선명해진다.
“그러니까……!”
켄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빨리 튀어나와! 이 쓸모없는 자식아!”
Always Defy the Dogma
얼굴을 향해 날아온 유리컵을, 경찰봉이 깨부쉈다.
바닥에 있던 마이크를 주워 올리며, ‘이누카이 유토’가 입을 열었다.
“짖지 마라, 쓰레기 자식들아.”
욕설이 멈췄다. 쌩, 하고 정적이 퍼졌다.
이상한 열기에 지배당했던 공연장의 공기가, 이번엔 영하까지 얼어붙은 듯했다.
유토는 마이크를 몇 번 두드리고, 그다음 Northern Ballad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여기는, 면접장인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Northern Ballad의 멤버들은, 그저 얼어있을 뿐이었다. 유토는 물어뜯듯이 입에 마이크를 가져댔다.
“너희들, 이력서라도 서로 보여주러 온 거냐?”
칼날 같은 눈동자가, 관객석 전체를 훑어 내렸다.
“랩을 들으러 온 거겠지. 허접한 연설에 만족했나? ……그럼 마음대로 만족해라. 그게 너희의 랩이라면,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먹어치울 차례다.”
뒤돌아보며, 어깨 너머로 고쿠Luck의 사람들을 응시한다.
한숨 섞인 미소가 보였다.
“……핫, 드디어 나왔네.”
“지옥의 간수 님, 높으신 분의 늦장 출근이라는 건가?”
“늦었다고…… 처음부터 나왔으면 고생 안 했을 거 아냐, 망할 간수.”
잠시 멍해 있던 공연장 스태프들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유토는 경찰봉을 핥으며, 바람을 가르고 호령을 뱉었다.
“촌극은 끝났다. 이빨을 드러내, 개들아. 누가 STRONGER인지, 평화에 취한 멍청이 놈들에게 가르쳐 줘.”
료가가 입꼬리를 올리며, 송곳니를 덮고 있는 메탈 그릴즈를 드러낸다.
시온이 미소를 짓지으며, 약지의 네일 링에 혀를 내밀었다.
켄타가 비웃으며, 목걸이에서 늘어진 체인을 물었다.
조명 아래, 유토가 경찰봉을 들어올린다.
펜트메탈을 굳힌 그것의 불길한 빛을 받아, 음향 스태프가 트랙을 튼다. 중저음이 울려 퍼지며, 식어 버린 공연장을 뒤흔들어 놓는다.
논리도 경멸도 무력함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소리를 앞에 두면, 사람은 본능에 따를 수밖에 없다.
“오늘, 속세에 막 태어난 고쿠Luck…… 마음껏 첫 울음을 터뜨려! 그리고──”
원정을 온 헷즈도, 편승한 헤이터들도.
HIPHOP에는 당해낼 수 없다.
“──미지근한 랩은, 공개 처형이다.”
Always Defy the Dogma
“시바켄, 또 그 기사 보고 있네?”
헤드폰을 너머로 시온의 목소리가 들리자, 켄타는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셰어하우스라고 부르기엔 다소 투박한 컨테이너 하우스는, 최근 이층 침대에 가림막 커튼이 달린 것을 제외하고, 프라이버시를 배려하는 요소가 전혀 없다. 인터넷 서핑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없다며, 입을 삐죽이며 켄타가 노려본다.
“딱히 좋아해서 보는 건 아니니까. 영감을 다시 끄집어내서 머릿속에서 재편하고 있어. 트랙 만들어야 하니까.”
“난 싫지는 않은데, 그 기사. 그날 밤에, 차가운 눈빛을 보냈던 녀석들이 달아오르고, 정신없이 몸을 맡기는 느낌…… 딱딱한 녀석들을 열어 가는 것도 즐거웠고.”
“진짜 좀, 역겨운 표현밖에 없는 머리 업데이트해라. 변태 자식.”
“미안 미안, 시바켄에게는 10년 정도 일렀네.”
“짜증나.”
“하지만, 확실히 원점이라고 하면 거긴가. 처음으로 네 명이서 한 라이브이기도 하고.”
“어디의 누군가가 ‘망할 간수를 섞은 패턴으로도 전환할 수 있게’ 라고 말을 꺼내서, 트랙도 리릭도 번거로웠잖아. 뭐, 천재라 쉽게 해냈지만.”
“시바켄 아니었어? 그 얘기 꺼낸 거.”
“뭐? 그럴 리가 있겠냐. 증거는? 어디에 로그 남아 있어?”
“트랙의 가제목, Ver. 네잎클로버 같은 거 아니었나?”
“†헬하운드 포(네 개의 목이 있는 감옥견)†였어, 이 저능 자식아! 아니라고. 열성적이었던 건 료가 쨩이었으니까.”
“어땠더라. 료가, 기억나?”
“몰라. 그냥──”
담배를 입에서 떼어낸 료가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연기를 내뿜는다.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그 녀석’은 래퍼니까.”
시온은 조소했고, 켄타는 딴청을 피웠다. 아무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즈음, 얇은 벽 너머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이제 슬슬 오늘의 형무 작업 시간입니다! 준비는 되어 있나요?”
“……귀찮아.”
“어젯밤에 너무 놀아서 졸리네-”
“망할 형무 콘텐츠, 이누카이 솔로 공략 방송으로 부탁드려요-”
“정말, 다들 그렇게 한 번은 투정을 부린다니까요.”
한숨을 쉬는 유토를 보고, 마지못해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료가가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 목을 꺾으며 물었다.
“……그래서, 오늘의 일은 뭔데.”
“네! 오늘은 공장 작업으로, 수제 달마를 만드는……”
“공예계인가……”
“달마는 무슨 색으로 칠해도 상관없는 느낌?”
“카이다 군, 달마는 빨간색으로 칠해 주세요.”
“하- 왔네, 이거. 요즘 달마 같은 걸 누가 사냐고. 시간도 낭비고 자원도 낭비네.”
“그렇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미코시바 군. 오늘 만드는 달마는 전통 공예품이라 수요가 있거든요. 도의회 선거에서도 자주 쓰이고 있고……”
“알 바냐고, 멍청아. 지난주에도 하루 종일 고케시 인형이나 만들게 해서 질렸어. 직업 훈련도 겸한다면서 흥미를 잃게 하는 지휘가 완전 의미불명이야. 콘텐츠에 변화가 없으면 동기부여가 안되잖아.”
“그건, 제 독단으로는 어쩔 수가 없는……”
“뭐? 그럼 뭘 위해서 간수를 하는 거냐고. 진짜 쓸모없……”
료가의 눈이 ‘이 바보 녀석’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온의 입이 ‘아’하는 모양으로 벌어진다.
켄타가 입을 다물어도 이미 늦었다.
유토의 경찰봉이 바람을 가른다.
“일을 가려서 할 수 있는 입장인가? 아주 대단해졌군 그래, 어?”
“……나와 버렸다.”
“시바켄…… 요즘 잦지 않아? 몇 번째냐고, 이거.”
“하아?! 저쪽의 쓰레기 간수가 먼저 열받게 하는 게 잘못인──”
쿵쿵 난동을 부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좁은 방은 아침부터 더욱 활기를 더한다.
보수의 흔적이 가득한 컨테이너 하우스에, 오늘도 또 하루가 새겨진다.
Paradox Live Hidden Track "memory"
PART [고쿠Luck]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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