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트랙 MEMORY] PART [1Nm8] ②
본문과 비밀번호의 무단 유출, 복제, 공유를 금합니다.
* 오역/의역 및 번역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상시 수정 중입니다.
Paradox Live Hidden Track “memory”
PART [1Nm8] ②
눈을 떴을 때, 미노리가 본 것은 새하얀 천장이었다.
낯선 방이었다. 천장도, 벽도, 시트도, 미노리가 입고 있는 옷조차도 표백된 것처럼 새하얬다. 입구는 하나. 창문은 없고, 코로 들이마시는 공기는 건조했으며, 소독약 같은 톡 쏘는 향이 섞여 있었다.
당혹감은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 깊은 곳에 흐릿한 안개가 끼어 있는 듯해서, 시각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마음과 잘 연결되지 않았다. 관자놀이부터 눈 안쪽에 걸쳐, 말뚝을 박은 듯한 둔한 통증이 있었고, 몸을 일으키려 하면 몹시 무겁게 느껴졌다.
새하얀 방 안에, 한 점의 검은색이 보였다. 몇 초 뒤,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미노리는 당황한 채 목소리를 냈다.
“……케이 형?”
사람의 그림자가 돌아보기 전부터, 미노리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케이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땅거미 지는 저녁 하늘빛의 검은 머리에, 형형히 빛나는 금빛 눈동자는 금성(샛별)처럼 보였다. 혹은 검은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그 소년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척 닫고 나서, 미노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어났나. NO6(넘버 식스).”
검은 머리 소년의 목소리에, 미노리는 당황했다.
무언의 시간이 몇 초 흘렀다. 방 안을 두리번두리번 살피고, 미노리가 조심스럽게 자신을 가리키자, 소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무기질적인 번호가, 자신을 부른 것이라는 실감은 없었다. 미노리는 그 실감이 따라오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입밖으로 꺼냈다. 케이와 같은 성과, 케이가 애정을 담아 불러주는 이름을 합친 풀네임으로 소개했다.
“나, 미노리야. 미야마 미노리.”
“그래. 그럼 그 이름은 잊어버려. 오늘부터 그 이름으로 불릴 일은, 이제 없을 거다.”
담담하게 고해졌다. 농담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두통이 가라앉으며 미노리의 사고가 선명해지자, 혼란이 뒤따라왔다. 방 안에서, 미노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우선 눈앞에 있는 상대의 이름을 물었다.
“……음, 너는?”
“나는 NO5(넘버 파이브).”
또, 사람의 이름과는 거리가 먼 번호가 들려왔다. 자신을 6이라고 부른 소년의 번호가, 5. 그 사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해봐도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미노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방 안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하얀 벽에는 이음새가 없고, 몹시 견고해 보이는 매끈한 마감재로 시공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면 천장 구석에는 틈이 있어, 아무래도 공조가 관리되고 있는 것 같다.
유일한 출입구라 할 수 있는 문은 단단히 잠겨 있어, 미노리가 밀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NO5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시설 청소 시간이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어.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다면 식사 시간과, 그 이후의 자유 시간을 기다려. 뭐, 밖으로 나갈 수는 없지만.”
“시설? 시설이 뭔데? 여기, 내 집은 아니지? 어디야? 다른 집? 케이 형은? 다른 사람들은 없는 거야?”
“여기는 얼터트리거 사가 관리하는, 펜트메탈의 생체 실험 시설. 검체는 각 거실에 두 명씩 수용되어 있고, 이 C 거실은 NO5와 6용. 그러니까, 있는 건 나와 너뿐이다.”
NO5는 어딘가 토해내듯이, 하지만 명료하게 미노리의 질문에 답했다. 단어의 의미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들려오는 정보량과 떨어지는 현실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노리는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나, 돌아가야 해. 케이 형에게 알려줘야 해. 피아노 콩쿠르, 열심히 했다고. 나, 대상을 받았다고…… 나, 잘 연주했다, 고……”
“돌아갈 수 없어.”
NO5가 담담히 알린다. 그 망설임 없는 목소리에, 미노리는 이미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NO5는 아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사실을 입에 담고 있을 뿐이다.
“외부에서 끌려온 너에게는 안타깝지만, 이제 원래 있던 자리로는 돌아갈 수 없어. 나도, 그 누구도 여기서는 도망칠 수 없어. 앞으로 계속 이 하얀 방에서 살아가는 거야.”
들려온 소리를 미노리가 소리로서 받아들이는 데에는, 몇 초가 필요했다. 저린 머리 안쪽에서, 불쾌한 것이 부풀어 오르고, 가슴에 스며들고, 흐르는 피가 차갑게 식어간다.
그 차가운 피가 온몸을 다 돌 무렵, 비명이 되지 못한 감정이 머릿속에서 터져 나왔다.
탁.
A Shape Half gone
“아야야……”
아직도 눈앞이 번쩍번쩍거린다. NO5와 하얀 방에서 생활을 시작한 지, 아마도 열흘은 지났다.
NO5는, 감정을 얼굴에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은 그 눈꺼풀에, 어렴풋이 어이없다는 기색이 떠오른 것이 보였다.
“바보 같은 짓을 하니까 그렇지. 확실히 식사 반입 시에는 연결 통로가 열리지만, 거기로 도망쳐 나가는 건 현실적이지 않아. 감시 카메라가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시도하기 전에 말해줘…… 아파. 그 찌릿지릿 막대기, 너무 아프다니까……”
“전기 경봉을 맞는 녀석은, 오랜만에 봤어.”
NO5가 어이없는 기색을 얼굴에 드러낸다── 눈에 보일 정도로 확실하게.
처음 3일은 미노리에게 혼란스러운 나날이었다. 그 후로부터 3일, 현실을 이해하기 시작한 미노리는 계속 울었다. 그리고 첫 일주일이 지날 무렵부터, 미노리는 번번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시설의 요주의 대상이 되었다.
“NO6…… 너 말야, 아마도 이 시설이 생긴 이래 최고의 문제아야.”
“그러니까~ 그 호칭으로 부르는 거 그만해. 나한테는 미노리라는 이름이 있어.”
“아직도 그런 말을…… 보안 때문인지, 여기서는 직원들조차 서로를 ID로 불러. 개인의 이름같은 건, 책 속의 등장인물에게나 필요한 거야.”
페이지를 넘기며, NO5가 말한다. 직원들이 가끔씩 가져다주는 책은, 이 시설에서 몇 안 되는 오락거리 중 하나다.
문제아인 미노리의 요청은 들어주지 않았고, NO5의 책을 빌려볼까 했지만, 글자만 가득한 딱딱한 내용이라 읽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 읽고 있는 것은 고전 SF 소설인 것 같다.
“필요 없지 않아. 내 이름인걸. ……너한테도 있잖아, 진짜 이름.”
“없어.”
마치 물품의 재고가 다 떨어졌다고 알리는 것처럼, NO5는 담담히 답한다.
“나는 분별력이 생겼을 때부터 얼터트리거 사의 시설에서 자랐어. 여기로 이송됐을 때 배정받은 NO5라는 번호가, 처음이자 유일한 이름이야.”
“그런 건 이름이 아니야. 번호잖아.”
“지금은 너도 번호가 이름이잖아. 성가시니까 빨리 받아들여."
“싫어. 나는 식스가 아니야, 미야마 미노리야. 너도 그렇게 불러줘.”
“……거절할게.”
“왜? 괜찮잖아. 너는 여기에 있는 어른들의 동료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고, 미노리는 생각에 잠겨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뼉을 치고, NO5를 바라봤다.
“그렇구나. 나만 이름으로 불리는 건 이상하지! 너도 이름으로 부르자!”
“그러니까, 나에게 이름 같은 건……”
“그러니까 내가 지어줄게! 잠깐만 기다려……”
"뭐?“
NO5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꺼풀에 있는 먼지라도 털어내려는 듯 눈을 깜빡였다. 놀란 검은 고양이와 꼭 닮아 있었다. 미노리가 으음으음 소리를 내며 생각하기 시작하자, 곧 둥글게 뜨고 있던 눈을 시큰둥하게 내리깔고 한숨을 쉬었다.
“NO6. 나는 딱히 부탁한 적이 없는데……”
“이츠키!”
팟, 하고 미노리가 NO5── 이츠키라고 이름 붙인 소년을 가리킨다. 독서를 유일한 오락으로 삼아 온 NO5의 머릿속에서는, 들려온 소리가 타이핑처럼 척척 문자로 변환되는 것 같았다.
“그건…… 설마 내가 NO5니까, 5(*이츠)에서 따와서 이츠키인 건가…?”
“맞아!”
“……지난주에 읽은 소설에, 마메시바라서 마메라고 이름 붙여진 개가 있었는데.”
“헤에- 그 개 귀여워?”
“나는 이름이 없으니, 단순한 네이밍이라는 건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 그 개가 불만스러워했던 게 이해가 됐어……”
“응!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이츠키!”
“어렴풋이 생각은 했지만 너, 사람의 말을 안 듣잖아!”
불만스러운 모습이, 이츠키의 얼굴에 생생히 드러나 있었다.
그렇다. 이 무렵의 이츠키에게는, 뚜렷한 감정이 있었다. 어딘가 달관한 듯하면서도, 나이에 맞는 놀라움도, 당혹감도, 배어 나올 정도로 풍부했다.
어쨌든, 드디어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준 그에게, 미노리는 기쁜 듯 손뼉을 쳤다.
탁.
A Shape Half gone
“이츠키는 말이야.”
오락실 중 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미노리가 말한다. 벽에 기대어 ‘동양 요리의 정치학’이라는 책을 탐독하고 있던 이츠키는 얼굴도 들지 않는다.
“이츠키는 말이야-”
“그 이름, 내가 돌아볼 때까지 계속 부를 생각이야?”
한숨과 함께, 드디어 대답이 돌아왔다. 미노리는 기쁜 듯, 금빛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왜냐면 NO5 같은 걸로는 부르고 싶지 않으니까. 로봇 같잖아. 아니면, 역시 다른 이름이 더 좋아? 멋있는 걸로 생각해볼까?”
“귀찮네…… 이제 뭐든 됐어. 부르는 법 같은 건 네 마음대로 해.”
“그럼 이츠키. 이츠키는 밖에 나가서 하고 싶은 일 같은 건 없어?”
“없어. 애초에 우리는 밖에 나갈 수 없어.”
“만약의 얘기라도?”
“‘만약’ 같은 낙관적인 표현을 쓸 수 있는 건, 이 시설에서 너 정도 뿐이야. NO6.”
“그러니까, 나는 미노리라니까. 미야마 미노리. 자, 따라 해봐.”
지휘자처럼 손가락을 흔드는 미노리를 무시하고, 이츠키는 천천히 책의 페이지를 넘긴다. 미노리는 말을 하면서도 여유롭게 피아노를 치며, 이츠키가 읽는 책의 표지를 바라본다.
“좋아해? 요리.”
“딱히. 책은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가져다 주고 있지만, 장르는 고르지 않아. 그러니까 딱히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읽는 건 아니야. 여기서는 요리 같은 건 나오지도 않으니까.”
“아- 빨간색 파란색의 컬러풀한 약 같은 거. 나 그거 싫어. 맛없는 건 아니지만.”
“영양가는 충분해. 우리는 그걸 먹으며 자라왔으니까.”
“영양이 있어도 즐겁지 않잖아. 아- 아, 가라아게 먹고 싶다- 카레, 라멘, 오므라이스! 역시 가라아게!”
미노리가 한 곡을 끝냈다. 정적이 가득 차기를 기다렸다가, 이츠키가 입을 연다.
“항상 연주하고 있네, 그 곡.”
“응. 사실은 연탄곡인데 말이야. 케이 형이랑 같이, 자주 연주했어. 콩쿠르에서도 연주하고 싶었는데, 이건 두 사람용의 곡이라서.”
“그렇군.”
“이 곡, 정말 좋아해. 나한테는, 피아노 곡의 가라아게일지도 몰라.”
“피아노 곡의 가라아게가 뭐지……?”
이츠키는 눈살을 찌푸리며 당황스러워한다. 대충 제일 특기인 곡, 페이버릿과 같은 의미로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다시 물었다.
“그렇게나 인가?”
“뭐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비유할 정도로, 그렇게 맛있는 건가? 가라아게.”
깜빡깜빡, 눈을 깜빡인 뒤 미노리가 웃는다.
“내가 좋아하는 네 글자 단어, 1위가 케이 형(けい兄)이고 2위가 가라아게거든.”
이츠키는 잠시 턱에 주먹을 대고 생각한다.
“아니, 잠깐. 아무리 나라도 형과 튀김 요리가 나란히 있는 건.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이츠키가 책을 덮고, 미노리를 향해 돌아섰다.
탁.
A Shape Half gone
“있지, 이츠키.”
땀에 젖은 이츠키의 손을 잡으며, 미노리는 조용히, 평온하게 말한다.
“미노리라고 부르는 게 마음에 안 들면, 형도 괜찮아.”
후우, 후우 하고 얕은 숨을 몇 번 내쉬며, 이츠키의 시선이 움직인다. 상시등만이 희미하게 비추는 어둠 속에서, 눈이 서로 마주친다. 미노리가 이마의 땀을 닦아 주자, 이츠키가 입을 열었다.
“……전혀 의미를 모르겠는데,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나 말이야- 형이 있거든. 케이 형, 미야마 케이라고 하는데.”
“그 이야기는……몇 번씩이나 들었는데.”
“형이라는 건 정말 대단해.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무적이야. 얼굴을 보면 밝아지고, 옆에 와 주면 따뜻해지고, 목소리를 들으면 웃음이 나오거든.”
“내가 읽어온 어떤 책에도, 그런 설명은 없었어.”
“그렇지? 그러니까, 오늘부터 내가 이츠키의 형이 되어줄게. 형제가 있다는 건 안심이 돼. 어두운 밤에도, 눈을 감아도 안심할 수 있거든.”
“……딱히, 불안해서 가위에 눌린 건 아니야, 나는.”
“그래?”
“투약한 약물의 부작용이, 수면 장애가 나타나는 타입이었을 뿐이야. 약의 효과 같은 게, 형제의 유무만으로 달라질 리가……”
“달라질 거야. 나는, 형제가 있는 편이 더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가해지는 처치가 달라도, 같은 실험체다. 미노리에게도 무언가 부작용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 시선을 돌려도,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는 시선을 둘 곳이 없다. 방황하듯 눈을 흔들다가, 결국 이츠키는 미노리를 다시 돌아보았다.
“……불만이 있어.”
“어, 뭔데?”
“우선, 기억하고 있는 신체 데이터에 따르면 나와 너는 동갑이야. 네가 형이라고 단정 짓는 건 이상해.”
“이츠키는 생일이 언제야?”
“몰라. 관심도 없고…… 필요도 없어.”
“그럼 이츠키니까, 일, 오-…… 1월 5일…… 아니, 역시 1월 15일로 하자. 나는 10월 10일이니까 내가 형이야. 오케이-"
“너, 너 말이야, 자기가 형처럼 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멋대로 남의 생일을 정하지 마.”
“그야 나한테는 이미 형이 있는걸. 그치만 동생은 없으니까, 생기면 기쁠 것 같아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녀석.”
이츠키는 깊게 한숨을 쉰다. 거친 호흡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어이없어하는 것도 릴렉스에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저린 머릿속 깊은 곳에서 생각한다.
“이제 됐어, 형이든 동생이든 네 마음대로 해. ……나는 다시 잘 거야.”
“그럼, 나도 가까이에서 잘게. 잘 자, 이츠키.”
“……”
“……”
“……인정할게.”
“응?”
“이렇게 있는 건, 그…… 의외일 정도로, 안심이 돼.”
맞잡은 손의 힘은, 점점 빠져나간다. 그럼에도 얽힌 손가락은 떨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와 있었다.
탁.
A Shape Half gone
“나 말이야, 장래희망이 소방관인데.”
“전에 들었어. ……피아니스트가 아니구나, 라고 대답했을 텐데.”
“그랬었나?”
점심 식사 후, 하얀 복도 벽에 기대어 이야기를 나눴다. 오락실로 가는 길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미노리를 돌아보며, 이츠키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왜 소방관이지? 책으로만 읽어봐도, 위험하고 혹독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멋지잖아. 용기 있는 일이라고 느낌이 들고. 소방차도 멋있어.”
“그 빨갛고 커다란 관뿐인 차가, 바깥 세상에서는 멋있는 건가……. 기능성에 충실하다는 건 알겠어.”
“이츠키는? 장래의 꿈 같은 거.”
“전에도 말했지만, 없어. 이 시설에 그런 걸 가지고 있는 녀석 없고, 우리의 장래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이츠키는 복도 깊숙한 곳을 시선으로 가리킨다다. 활짝 열려 있는 한 방을, 흰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신속하게 청소하고 있다.
운반되어 간 용기는 한 사람이 들어가기엔 꽤 작아 보였기 때문에, 그 방의 아이가 어떤 상태로 끝을 맞았는지는, 펜트메탈 실험의 종착점을 생각하면 짐작할 수 있었다.
미노리는 되도록 그쪽을 보지 않았다. 미노리가 온 이후로, 시설의 아이가 폐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처음엔 울부짖던 모습을 생각하면, ‘빨리 익숙해졌구나’라고 이츠키는 생각했지만,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은, 떨고 있는 미노리의 손을 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미노리. 방으로 돌아가도 좋을 것 같은데.”
“걸을 수가 없어서. 다리, 힘이 풀려버렸어.”
“그렇구나.”
“그러니까 해줘. 장래에 대한 이야기. 여기서 나가면, 하고 싶은 일. 생각해 줘. ……부탁이야.”
“알겠어.”
이츠키는 몇 초 동안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을 떠올린다. 모든 페이지가 선명하게, 마치 프린트된 것처럼 눈꺼풀 안에 비친다.
보통 사람을 초월한 남다른 기억력은, 펜트메탈 실험의 우발적인 영향이라고 한다. 불쾌한 기억까지도 상세하게 남는 것은 고통스러웠지만, 동거인의 태평한 웃음으로 기억을 채우면 조금은 나아졌다. 그렇기에, 이츠키도 미노리를 웃게 해주고 싶었다.
“요리사는 괜찮을지도 모르겠어.”
“…요리사 님? 헤에, 좋네!”
“책을 읽어본 바로는, 레시피라는 건 정밀하게 설계되어 있어. 화학 반응을 활용한 조리, 영양과 보존을 고려한 뒤 미각을 만족시키는 조미, 복잡하고 깊이가 있지만 레시피의 순서를 지키면 재현할 수 있다는……는 점이, 아마 내 성향에 맞는 것 같아.”
“아아, 확실히. 만약 요리사가 된다면, 가라아게 만들어 줘.”
“미노리는 정말 가라아게를 좋아하네.”
어느새 방 청소는 끝나 있었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은, 청소 작업으로 미뤄졌던 업무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복도 가장 안쪽 방이 열렸다. 다른 어느 아이보다도 엄중하게 보호받으며, 한 소년이 실험실로 가는 통로를 걸어간다.
“제로다.”
이츠키가 말한다. 미노리는 겨우 얼굴을 들어 그쪽을 본다.
NO0(넘버 제로)는 은빛의 소년이었다. 흰 머리카락도, 옅은 눈동자도, 하얀 조명 아래에서 보면, 펜트메탈 그 자체가 사람이 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미노리와 이츠키가 제로와 나눈 대화는 많지 않다. 시설의 가장 큰 성공 사례는, 언제나 다른 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 그만큼 실험도 가혹하다는 것은 다른 아이들도 상상할 수 있었다.
그 때문일까── 제로는, 아마도 망가져 있었다.
실험체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츠키가 대화를 나눴을 때, 제로는 다섯, 여섯 살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반응하다가도, 갑작스럽게 어른스러워지기도 했으며, 조용히 울기 시작하거나, 성숙한 남자처럼 말하는 것 같다가도, 명백한 여성의 말투로 바뀌기도 했다.
“제로는 매번,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 걸까.”
미노리가 말한다. 이츠키가 대답한다.
“글쎄. 알고 있는 건, 녀석은 실험 빈도도, 실험실에 반입되는 메탈의 양도 차원이 다르다는 것뿐이야. 외부에서 회수된 메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럼, 우리 실험보다 훨씬 괴롭고, 힘들겠네.”
“하지만, 아마도 그게 시설의 어른들이 목표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걸 거야. 우리가 목표로 삼게 되어 있는 모습이지.”
그것은, 이츠키 자신도 느끼고 있는 두려움에서 배어나온 말이었다.
실험실에 들어가기 전. 문득, 제로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미노리와 이츠키는 무심코 몸을 굳혔다. 제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은 슬픈 표정을 보이고 시선을 돌렸다. 그것이 이츠키를 본 것인지, 미노리를 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제로는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실험실 문이 닫히고, 사용 중을 표시하는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탁.
'MEDIA MIX > NO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히든 트랙 MEMORY] PART [고쿠Luck] ① (0) | 2026.09.05 |
|---|---|
| [히든 트랙 MEMORY] PART [1Nm8] ③ (0) | 2026.08.31 |
| [히든 트랙 MEMORY] PART [1Nm8] ① (0) | 2026.08.31 |
| [히든 트랙 MEMORY] PART [AMPRULE] ③ (0) | 2026.08.03 |
| [히든 트랙 MEMORY] PART [AMPRULE] ② (1) | 2026.08.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