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트랙 MEMORY] PART [1Nm8]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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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관한 묘사가 있습니다.
Paradox Live Hidden Track “memory”
PART [1Nm8] ③
소독약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지금부터 NO6의 제2종 부하 실험을 실시한다.”
실험실에 들어갈 때마다, 넓은 방 한가운데서 밀집된 조명에 비춰지는, 비닐 시트로 덮인 침대를 볼 때마다, 미노리는 다리가 굳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직원들이 미노리를 옮겨 침대에 눕히고는, 굵은 밴드로 몸을 고정시켰다. 얇은 환자복 너머로 파고드는 느낌이 아파서, 미노리는 신음했다.
치과 진료에서 사용되는 마우스 오프너와 비슷한 기구로 입이 벌려지고, 그날의 실험용 메탈이 혀 위에 올려졌다. 환영이 나타난다.
일그러진 나선형 계단 같은 그것은, 처음에는 피아노 건반의 모양이었던 것 같다. 직원들은 환영의 변화에 대해,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었다.
찰칵찰칵하고 금속의 소리가 난다. 카트에 실린 트레이 위에서, 어떤 기구를 다루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바늘이라는 것을 깨닫자, 미노리는 “싫어, 싫어”라고 말하려 했지만, 입이 고정되어 있기에 신음에 그쳤다.
바늘은 링거에 연결된 튜브에 장착된다. 미노리의 오른팔이 고무 밴드로 묶이고, 팔꿈치 안쪽의 얇은 피부로 날카로운 감촉이 파고든다. 미노리는 주사가 싫다.
하지만 팔에는 이미 여러 군데 울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왼팔을 과하게 사용해서 오른팔로 바뀌었고, 그다음엔 다리를 사용하는 것 같다.
“미세 입자화된 메탈의 정맥 투여를 개시한다. 적합률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투여량을 늘려라. 아무쪼록 자연 배출의 한계량에 특히 주의하도록. 그리고 검체를 망가뜨리지 마라.”
온몸을 순환하는 피에, 이물질이 섞이는 것이 감각으로 느껴진다. 미노리는 연구소에 온 뒤로, 이곳의 것을 먹고, 이곳의 공기를 마시며, 이곳의 약품을 계속 투여받고 있다.
이츠키가 말하기를, 인간의 몸은 대사한다고 한다. 이렇게 연구소의 것들을 계속 몸에 넣다 보면, 나는 여기 오기 전의 나와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미노리는 불안해진다.
투여가 끝나면, 다른 기구가 운반되어 온다.
미노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저 기구가 아프다는 사실은 결코 잊지 못한다. 싫어. 싫어.
직원은 두 개의 패드를 미노리의 피부에 붙이고, 스위치를 만진다.
탁.
A Shape Half gone
“……하아! 하앗……”
“괜찮아, 이츠키…… 괜찮아……”
어두운 방 안, 이츠키의 손이 연약하게 미노리에게 매달린다. 시계가 없는 방이라, 시간대는 심야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날 이츠키는 실험실에서 돌아온 순간부터 상태가 이상했다. 아마 또 새로운 실험에 노출된 것이라고, 미노리는 곧바로 알았다. 자신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츠키의 눈에 초점이 맞지 않은 것이 보였다. 크게 뜬 눈동자는 실내의 어둠이 아니라, 실험이 끝난 뒤에도 환영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미노리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이츠키는 기억력이 뛰어났다. 너무 좋다, 라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이츠키에게는 본 것, 경험한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능력이 있었다. 메탈 실험의 부산물인 듯 했다.
이츠키의 기억력은 실험을 거듭할 때마다 더욱 강해졌다. 그에 비례해, 이츠키에게는 잠 못 이루는 날들이 점점 늘어갔다.
소독약의 냄새도, 주사 바늘의 통증도, 어른들의 얼굴도, 동료가 폐기되는 광경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괜찮아, 괜찮아.”
이츠키를 둘러싼 어둠 속에, 수많은 고통의 기억이 비친다. 그 두려운 어둠으로부터 지키려는 듯, 미노리는 이츠키의 머리를 가슴에 감싸 안았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내가 여기 있어, 이츠키.”
미노리는 괴로워하는 이츠키를 달랠 때마다, 언제나 케이를 떠올렸다.
“형이 있으니까, 괜찮아.”
그 목소리는, 조금은 케이와 닮았다. 자기 자신에게도, 케이가 그렇게 말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이츠키의 손이 강하게 미노리의 옷을 세게 쥔다. 크게 뜬 이츠키의 눈이, 미노리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눈을 감지 않으면 잠들 수 없어, 이츠키.”
“됐어. 어차피 잠들지 못하니까. 그러니까, 기억하게 해줘.”
이츠키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고통스러운 기억만 있는 건 싫다. 미노리의 기억으로 희석시켜 줘. 얼굴을, 목소리를, 기억하게 해줘. 따뜻한 것도, 안심되는 것도…… 형제가 있으면 괜찮다고, 기억하게 해줘……”
“응. 실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함께 있자. 즐거운 추억을 같이 늘리자.”
──그러고 보니, 여기 온 뒤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아직, 케이와 보낸 시간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겪은 고통이 케이와의 추억보다 많아진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형, 아.”
이츠키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무척이나 가냘프게 들렸다.
미노리는 무서운 생각을 떨치려는 듯, 가볍게 자신의 뺨을 두드리고, 이츠키를 껴안는다.
탁.
A Shape Half gone
“기록 개시. ……트랩 반응에 대해서는 드디어 납득할 만한 데이터를 얻기 시작했다. 결국, 트라우마라는 검체의 경험에 의존하는 요소에 좌우되는 반응은, 시설 내의 환경밖에 모르는 검체가 가진 샘플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해결됐다고 해도 좋겠지. 검체에 고통을 가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이었다. 없는 트라우마는 만들어주면 될 뿐이다.”
미노리는 땀에 젖은 몸을 비틀어 보려 했지만, 구속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근육에 힘을 주면, 바늘이 박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통증이 느껴진다. 피부가 따끔따끔한 곳은, 전류가 흘렀던 팔뚝과 허벅지 부근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메탈과 반응하는 뇌의 활성 영역이 크게 확대되었어. NO6에는 아직도 성장의 여지가 많다. 안심했어. 정기 보고에는 좋은 결과를 제출할 수 있겠어.”
유달리 들뜬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미노리의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남자다. 보조를 맡은 다른 직원들도 웃는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좋아, 이번엔 호흡에 부하를 줘보자고.”
거주 구역에서 생활하는 것을 돌봐주는 직원들과 비교하면, 미노리는 실험실에서 만난 직원들을 인간처럼 느끼지 못했다. 언제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고, 담담하게 미노리에게 고통을 준다. 곤충처럼 감정이 보이지 않는 눈을 하고 있다.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을 제한함으로써, 의식 레벨을 의도적으로 저하시켜 형성되는 환상을 관측한다. 고통도 줄 수 있으니 효율적이다.”
입과 코를 덮도록 기구가 부착된다. 액체가 흘러들어온다. 물이다. 미노리는 몸을 비틀었다. 순식간에 물의 표면이 입과 코를 뒤덮고, 호흡이 전부 거품이 된다.
숨이 막혀 몸부림치자, 오른팔이 유난히 강하게 고정된다. 날카로운 것이 피부에 닿는다. 미노리의 몸이 굳어졌다. 내지른 비명은 거품이 되어 물속으로 사라진다.
“피어스형 메탈의 사용감도 나쁘지 않아. 출혈에 반응하는 건 간편해서 좋군.”
산소 부족으로 흐려져 가는 풍경 속에서, 환영이 일렁이고 있다. 피어스가 단 번에 피부를 찌른다.
탁.
▥
“기록 개시. NO6 실험은 순조롭다고 말해도 좋다. 트라우마의 구축에 따라 환영의 이미지에 변화가 일어난 것을 논리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도 검체에 스트레스를 부여하여 메탈과의 반응을 확인해 나갈 방침을 취한다.”
실[험] 전부터 통증이 있다. 양손의 모든 손가락에 [검사] 기구가 붙어 있다.
손가락이 [아픈] 건 기구 때문이 아니라, 날마다 늘어나는 타투 때문이다. 사용하는 실[험] 기구를 표시하기 위함으로, 처음에는 펜으로 표시를 했지만, 효[능]을 위해 타투를, 타투를…… [새겨]넣게 되었다.
“오늘은 신형 전기 펄스 발신기를 사용해 통각의 재현 실험을 실시한다. 검체와 접속 기구의 마크를 혼동하지 마. 좋아, 그럼 펄스 발진 개시.”
순식간에, 미노리의 [팔]에 [격]한 통증이 몰려온다. 칼날에 베인 듯한 [날카로]운 고통에, 미노리는 비명을 질렀다. 입에 물려진 플라스틱 관을 [꽉] 깨문다.
“볼륨을 올려. 의식 레벨에 주의하도록 해.”
통증이 심해진다. 팔 안에 느닷없이, 달궈진 못이 박힌 것 같았다. 근육에 전달되는 격통과 뼈 안을, 뼈 안을, 뼈 안을 [좀먹는] 둔통이, 팔에서 어깨, 어깨로 올라간다. 피어스형 메탈을 찔린 것 같지만, 그 [정]도의 통증 같은 건 이제 [알] 수가 없다.
탁. [의식]과 고통이 사라진다.
탁. 눈을 [뜬]다. 전신이 아프다. 이제 싫다.
“──전기 충격 성공. 의식 레벨 회복을 확인. ……멍청아, 기절시켜서 어쩌자는 거야. 통각 자극 중에는 항상 뇌파에 주의를 기울여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미노리는 비명을 지른다. 다시 직[원]의 손이 기구의 스위치에 [닿]는다. 싫어. 싫어.
탁.
◨
“기록 개시…… 환영의 형상 붕괴는, 역시 진행되고 있다. 메탈의 침식으로 인한 인지 능력, 기억 능력의 저하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이상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뇌파 측정에 따르면 뇌의 활성 영역 자체는 확대되고 있다. 펄스 발진 개시.”
탁. [아프다]. 플라스틱의 [관]을 꽉 [깨]문다. 으드득으드득 소리를 내며, 플라스틱을 물어[뜯는다]. [파편]이 [입]과 [볼]을 상처 낸다. 탁.
“인지 능력과 기억 능력의 저하에 비례하여, NO6의 신체 능력은 향상되고 있다.”
[날뛴다]. 벨트는 전보다 더 [튼튼]한, [튼튼한]? 것으로 바뀌어, [날뛸] 때마다 파고들어 피가 [밴]다. 잡아[당기]면, 벨트보다 [먼저] 침대의 [쇠붙이]가 부서진다.
“메탈의 영향으로 인해, 뇌의 어떠한 리미터가 풀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말하자면 원시적이라고 해야할까, 동물적인…… 인간의 뇌가 진화 이전에 가지고 있던 기능이 점점 해방되고 있다, 그렇게 생각된다. NO6의 인격에서는 유아 퇴행도 확인되고 있다.”
[직원]들이 몇 명씩이나 붙어 [억]누르고, 그그그금속의 [수갑]을 [채우]고, 여러 개의 벨트를, [벨트]를, 탁.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아. 아. 아.
“어떤 의미에서는, 생명으로서 순수한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것도 또한 메탈의 가능성이다. 솔직히 말하면 상정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은 이것대로 귀중한──”
어디가 아프아프아픈지, 이제는 [모]모모모르겠어. [눈물]이 [말라서] 눈이 따끔따끔하다. 철컥철컥철컥 [기구]가 움직이는 소리. [직원]이 뭔가, 뭔가, 뭔가. 뭔가!
아파! 아파! 아파! ──!
탁.
□
[방]의 침대가, 부서진 건, 미노리가 한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실험실]에서 돌아와, 이츠키가 “괜찮아?”하고 말을 걸어줬기에, [괜찮아]──라고, 대답하고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 금방, 얼마 있지 않아서, 트랩 반[응]이 왔다.
[실험실]에서 당했던, 싫은 [일]들이 [한꺼번에] 떠올라, 미노리는 [날뛰]었다.
막으려고 했던 이츠키가, ……이츠키? 가, [튕겨]나가서, 벽 쪽 서 축 늘어져 누워 있다.
[되살아]나는, [전]기가 파직파직, 피어스의 [사각사각]이, [한 번]에 몰려온다.
미노리는 침대를 내리쳤다. 탁.
미노리는 벽을 두드렸다. 탁.
[미노리]는 [미노리]를 때렸다. 탁. 탁. 탁!
[아파]. [아파]. 때리는 건 [아파]. [괴로워]. [고통스러]워.
계속 왜 이렇게, 이런 일 을.
[필사적]으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싫은] 기억만 계속 떠오른다.
탁. 탁. 이상해진 다. [이런] 일 , [생각] 고 싶지 않아.
케이 형에 대해 생각해[낸]다. 케이 형 대한 것을. 케이 형, 케이 형에게, [만]나고 싶어. [도와줬]으면 좋겠어. 어 째서, [만나]러 [와]주지 않는 거야. 케이 형. 케이 형의. 케이 형의.
케이 형 의 [얼굴]을, 모르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걸 모르게 된 다면, [나]는 [누구]인 거야. [케이 형]을 [잊어]버린 [미야마 미노리] 같은 건, [있을] 리가 없어. 그치만 [케이 형] 못 [만나]는 거구나.
그럼, [난] [누구]인 걸까.
분 [미노리]가 아니 . [나]는 NO6이니까, [미야마 미노리]가 아니 야. 왜냐면 [미노리]가 [케이 형]과, [떨어질] 리가 없으니 까. 이런 일을, 겪을 리 가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 고, 갑자 기, [편]해졌다.
여러 가지 [환영] 보인다. 가장 [먼] 곳 , 두 [아이] 있다.
케 형과, 미 리가, 사이좋게, 바싹 붙어서, [손]을 맞잡 고 [달]려나간다.
다행이다. 미 리가, [집] 에 돌아가고 있어.
두 람이 달려 는, 풍경 에서, 하 빛이 깜빡이고 있 어.
두 은 [같 ] 사라져 다. 나 그 습을 보 .
[미야마미 리]는 .
미아, . . .
탁.
A Shape Half gone
────.
────…….
……처음 기억은 끌어안겨 있던 갑갑함과, 이츠키 형의 울음소리였다.
방 안이 여기저기가 부서져 있었고, 대충 내가 한 일이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막, 태어난 것만 같았다.
“ ──깨어 났어?”
나는 무심코 얼굴을 찡그렸다.
“ ?”
그 세 글자로 나를 부르는 것이, 왠지 너무 싫었다.
이츠키 형은 잠깐동안 그렇게 부르고, 내가 라고 불려도 알지 못한다는 것과,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무척이나 슬퍼 보이는 얼굴을 했다. 정말, 정말로.
머리가 좋은 이츠키 형은, 그때의 나를 보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를 알게 된 모양이었다.
“그렇구나.”
이츠키 형은 한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떴다.
“……NO6이니까, 그렇군. 로쿠타. 너는, 로쿠타야.”
“응! 나, 로쿠타!”
“……하하하. 할 말이 없네. 단순한 이름이라느니, 잘도 말했었군.”
“형은 누구? 뭐 하는 사람이야?"
“──읏, 나는.”
그때의 이츠키 형은, 갑자기 흐느끼듯 목을 울렸다. 달 같은 금색의 두 눈에서, 뚝뚝 눈물을 쏟아졌다.
“나는, 이츠키라고 해.”
“이츠키? 이츠키 형은, 누구야? 무슨 일을 하는 사람?”
“나는…… 나는, 나는……”
꽉, 끌어 안아졌다. 이츠키 형의 팔과 품 안이 따뜻해서, 나는 무척 안심했다.
“나는………… 형이야. 로쿠타의.”
“형? 내 형?! 야호! 대단해, 나, 형이 있구나!”
“그래. 그러니 괜찮아. 형이 있으니까, 는…… 로쿠타는 안심해도 돼.”
“아하하! 이츠키 형! 이츠키 형!”
지금 생각해보면, 이츠키 형의 우는 모습은 조금 이상했다.
눈물은 많이 흘리고 있는데도, 표정은 계속 무표정이었고── 그러고 보니 요즘은, 이츠키 형이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갑자기, 방 안에 목소리가 울펴 퍼졌다.
『NO5, 10분 뒤 실험을 개시한다. 준비를 마치도록,』
기계를 통한 노이즈 섞인 목소리가 매우 불쾌했다.
준비를 하라고 했지만, 이츠키 형은 아슬아슬할 때까지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로쿠타.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나도 아마, 곧 망가질 거야.”
“응?”
“모르게 되어간다는 걸 알겠어. 기쁘다든가, 슬프다든가 느끼면서도, 그 감정은 유난히 멀게 느껴져. 메탈로 활성화된 뇌가,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거겠지.”
“뭐야아, 이츠키 형. 나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 대신, 나에게는 세상을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는 눈이 있어. 보고 들은 것을 절대 잊지 않는, 기억 능력이 있어. 그러니까.”
방의 문이 열렸다.
하얀 옷을 입은 직원들에게 이끌려, 이츠키 형이 밖으로 나간다.
“로쿠타.”
나가려는 순간, 이츠키 형이 말했다.
“괜찮아. 내가 잊지 않아. 에 대한 것도, 로쿠타에 대한 것도. 앞으로 기쁨도 슬픔도 사라진다 해도, 너와 같이 보낸 날들을. 네가 소중하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아. 네가 모든 걸 다 잊어버려도, 내가 전부 기억하고 있어.”
문이 닫히기 전에, 틈새로 웃는 얼굴이 보였다.
“그러니까, 괜찮아, 로쿠타. 너에게는, 형이 있어.”
내가── 로쿠타가 마지막으로 본 이츠키 형의 웃음은, 분명 그 순간이었다.
A Shape Half gone
밤바람의 차가움을 기억한다.
연구소가 갑자기 어수선해졌고, 정신차리고 보니 이츠키 형과 함께 밖에 있었다.
차가 달리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여러 소리가 들려왔다. 내 목소리와 발소리도, 끝없이 멀리 날아가 버린다. 벽도 천장도 없는 세계는, 끝없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신선했다. 차가운 밤바람은 조금 텁텁했고, 은은하게 축축한 냄새가 났다. 풀과 흙의 냄새를 처음으로 느꼈다. 어째선지 이상하게도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이츠키 형은 작은 카드를 가지고 있었고, 그걸로 편의점에서 밥을 사 먹었다. 우리는 여러 일들로 고생을 했으니,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왔다고 했다.
가라아게가 정말 맛있었다. 단 한 번 먹은 걸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우리는, 사실 다른 시설에 갈 수도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 더는 누군가에게 관리당하는 게 싫어서, 돈만 받고 자유롭게 살기로 했다.
그 이후로, 처음엔 넷카페라는 곳에서 묵었는데, 내가 시끄럽게 군 탓에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이츠키 형은 화내지 않았다. 뭔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웃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비가 내리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츠키 형은 감기에 걸린다고 해서(감기가 뭘까) 지붕이 있는 곳을 찾아서, 서로 기대어 잠을 잤다.
밤은 조금 추워도, 이츠키 형과 있으면 따뜻했다. 바람이 불어도, 모래가 붙어도, 그 하얀 시설보다 훨씬 훨씬, 밖에서 살아가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해님과 함께 일어나고, 달님이 지켜보는 동안 잠들었다.
아침도 밤도 다 우리의 것.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기뻐서,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니, 뛰어다녔다. 이츠키 형은 숨을 헐떡였다.
나는 사람도 건물도 잔뜩 있어서 즐거웠지만, 이츠키 형에게는 정보가 너무 많은 풍경이 힘들었던 것 같아.
그 뒤로, 여러 힘든 일도 있었지만, 둘이서 힘을 합쳐서 살아가고, 살아가고.
그리고 그날 밤, 커다란 피아노를 발견했다.
스트리트 피아노. 길거리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와서, 처음엔 깜짝 놀랐다.
누구든 연주해도 된다고 해서, 나도 한번 쳐봤다.
악보 같은 건 필요 없었다. 손가락이 저절로 춤추는 것처럼, 나는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 몸은, 이 곡의 음표를 줄곧 꼭 쥐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두들, 정말 많이 칭찬해 줬었지. 모르는 사람도 발걸음을 멈추고, 좋은 곡이라며 기뻐해 주었다. 돈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피아노만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곡을 칭찬받는 게, 어째선지 엄청 기뻐서.
그때 처음 알았는데, 음악은 모두를 웃음 짓게 만드는 거였어.
A Shape Half gone
시간이 나면 피아노를 쳤다.
잠을 자고, 일어나고, 가라아게를 먹고, 내 차례를 기다리고, 피아노를 쳤다.
언제나 곁에는 이츠키 형이 있었다. 피아노를 치면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런 날들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분명 나는 피아노를 좋아했다.
게다가, 신기한 일이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그 곡을 연주하면, 왠지 마음도 몸도 무척 편안해졌다. 뒤죽박죽 조각난 마음의 무언가를, 멜로디가 메워 주는 것 같았다.
음악은 바람에 스며들고, 공기에 녹아 주변을 떠다닌다. 그 울림이 부드럽게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는 듯해서, 그래서 나는, 피아노를 좋아했다.
숨을 쉬듯, 일어서서 걸어다니듯, 내 손가락은 망설이지 않았다. 어디를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지, 나는 줄곧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도 나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그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림자로 물든 빌딩 너머에서, 금색 빛이 비쳐들 있다.
“──미안합──”
하늘은 거리 쪽부터 노을의 색으로 타오르고, 우주가 비쳐 보이는 짙은 남색으로 그라데이션되어 간다.
바람의 향기. 자동차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길에 드리운 그림자는 길게 길게 뻗어 가고, 이윽 그 그림자가 하늘을 다 뒤덮으면, 그날도 밤이 찾아온다.
그리고, 어느새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풍경 속에서, 그 순간이 찾아온다.
“──미안해요, 지나갈게요. 앞으로, 지나가게 해 주세요.”
음악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그 목소리가 들려온다.
“ !”
“어……”
“ 리! ……미노 !”
떨어져 있던 소리가 딱 맞아 떨어지고,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 있었다.
“미노리!”
옅은 색의 머리카락은 빛을 투과해, 태양과 꼭 닮은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케이 쨩과 만났다.
처음 본 케이 쨩은, 눈물로 엉망인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따뜻했다. 놀란 이츠키 형과 나는, 둘이서 얼굴을 마주 봤다. 당황하긴 했지만, 두렵지는 않아서.
그리고── 아, 이제 꿈이 끝나려는 것 같아.
하얀 빛이 일렁이고, 작은 새가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슬슬 눈을 떠야겠다. 셋, 둘, 하나.
탁.
A Shape Half gone
빛에 쓰다듬어져 눈이 떠졌다.
커튼이 조금 열려 있어서, 해님이 마침 나를 비춘 모양이다.
이츠키 형보다 일찍 일어나다니, 모처럼의 일이라 두근거렸다. 이불은 살짝 땀에 젖어 있었고, 싫은 꿈을 꿨을지도 모르지만, 오늘 아침은 전부 잊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이불에서 나와, 두 사람을 깨우지 않도록 몰래 옷을 갈아입고 아침 거리로 나섰다. 케이 쨩에게도 이츠키 형에게도 비밀로 하고 나가는 건, 조금 미안하면서도 살짝 즐거웠다. 오늘은 혼자서 세상을 보고 싶었다.
해님은 아직 낮은 곳에 있었다. 이른 아침의 풍경은 부드럽고, 바람의 색은 투명했으며, 세상은 아직도 잠에서 덜 깬 것 같았다.
어제 비가 내려서, 아스팔트 움푹 팬 곳에 물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거울처럼 풍경을 비추는 그것은, 벗겨져 떨어진 하늘의 작은 조각처럼 보였다.
좋아하는 스니커즈로 지면을 두드리자, 발소리가 평소보다 더 뚜렷하게 들렸다. 길 건너편에서 종소리가 들려오고, 빨간 자전거가 달려온다. 키잉, 하는 높은 소리가 섞여 들린다 생각하면, 리드줄에 매인 강아지가 지나간다.
거리는 조금씩 깨어나고, 여러 소리가 뒤섞이기 시작한다.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연주하는 소리가 겹쳐 오케스트라가 되고, 새로운 오늘이 시작된다. 그것이 활기를 띨수록, 아침 햇살은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나는 왠지 기뻐져서, 땅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속도를 올린다. 풍경이 흐르며 멀리 날아간다. 시야 속에서 거리의 색이 뒤섞여, 순백의 세상이 색을 입어 간다.
집 근처를 조깅하고, 대로를 크게 한 바퀴 돌아, 다시 집 근처로 돌아온다.
아침에 익숙해진 내 몸은, 조금 더 달리자고 부추기고 있다.
집의 입구를 가로질러, 길 건너편으로 다시 한 번.
이번엔 어디까지 달려볼까── 그렇게 생각한 그때, 뜀박질하는 아이와 스쳐 지나간다.
옅은 벚꽃색의 머리카락.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딘가 나와 닮은 듯하면서도, 어딘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왜인지 그 아이가 신경 쓰여서, 나는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 아이의 모습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이상하게도 가슴 깊은 곳이 쓸쓸해져서, 나는 그 아이를 찾듯이, 왔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때마침 집에서 나온 케이 짱과 이츠키 형과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 모두 파자마 차림이었고, 케이 쨩은 잠버릇으로 솟은 뻗친 머리에, 이츠키 형은 평소에 입는 코트를 뒤집어 걸치고 있었다.
분명 내가 없어서 당황했을 것이다. 나는 조금 민망하고 미안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을 때, 기쁨이 훨씬 더 컸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웃으며 두 사람에게 뛰어올라, 꼭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어디 갔었어”라며 눈썹을 내린 케이 쨩과, “힘들다”며 신음하는 이츠키 형. 두 사람 다 너무 걱정하는 거 아니냐구. 케이 쨩과는 다르게 길을 잃지는 않는걸. 돌아갈 곳은 알고 있어.
하지만 말없이 나와버린 건, 잘못했을지도 몰라.
그래서 평소처럼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기 전에, 오늘은 먼저 이렇게 말했다.
“다녀왔어!”
사랑하는 두 사람의 입에서, 사랑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로쿠타인 나의 하루가, 이렇게 시작된다.
Paradox Live Hidden Track "memory"
PART [1Nm8] 마침
※원문에서는 '가타가나'와 공백으로 언어가 무너지는 것을 표현하지만, 번역을 위해 [대괄호] 및 공백을 사용하였습니다.
원문에서는 ▥→◨→□ 순으로 로쿠타의 실험 과정을 단락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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